091119
썩 내 취향은 아니였던 지난 콘서트와는 달리,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200퍼센트 내 취향이였다. 지난번처럼 공연내내 끝도없는 생각이 맴돌기는 커녕 멍- 한 상태로 음악자체를 즐겼다. 정말 마음으로 감동받아 엉엉 울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1월 19일 목요일 공연. 아아- 내가 이 티켓을 구하기 위하여 얼마나 부지런하게 캠퍼스를 달렸던가.(눈물)
아침 8시반 미적3 수업을 다녀왔더라면 시간에 쫒기지 않았을테지. 그러나 나는 미련한 음식의 노예 (...)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미적퀴즈를 위해 미친듯이 숙제문제들을 복습하고 있자니 8시가 눈깜짝할새에 다가왔다. 순간 드는 생각은 '수업에 가야겠다!' 보다 '헉 아직 아침도 못먹었는데 벌써 8시반이라니!!! 밥을 먹지 않으면 오늘은 2시까지 시간이 없는데에!!!' 였다는것. 젠장. 미련한축생이여......결국 8시반 수업을 가지 않고 (9시반에도 수업이 하나 더 있어서 그 수업을 갈 수도 있었다.) 아침을 먹으러 갔다. 오늘따라 내가 좋아하는 수박도 있었기 때문에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며 행복해 했을뿐 앞으로의 재앙과 같은 스케쥴은 생각지도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싫어진다. 흑흑
앞선 포스트에서 설명했다시피, 컬리지카드 티켓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오전 10시부터 배포 시작이다. 10시반에 수업을 마치고 그제서야 난 깨달았다. '아, 이래서 내가 어제 8시반 수업을 가기로 결심을 했었던거구나!'라고. 다음 수업까지는 앞으로 30분, 심포니 홀까지는 왕복 기본 30분이상. 운이 좋아 T가 (보스턴지하철) 타이밍 좋게 도착해준다면 30분이내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눈앞에 T가 다음역을 향해 달리는것을 보고서는 나도 같이 그 다음역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나는 심포니홀에 티켓을 받으러 갔다. (다행이 11시 수업에는 3분밖에 늦지 않았다.)
저번에 받았다가 모종의 이유로 포기했던 그 좌석!!! 티켓을 받고 순간 EE18번 좌석은 뭔가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이번에도 역시 공연관람 후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만 남아있다.
이번에는 콘서트를 혼자 다녀왔다. 공연관람은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에 난 공연을 보러 갈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간다. (주로 블라우스에 바지, 하이힐이 조합된 평범한 차림이다.) 가방을 들고 역에서 T를 기다리고 있자니, 오늘따라 너무 열차가 오질 않는 것이다. 가끔 낮에도 30분이상 한대도 오질 않아 사람을 열받게 하기는 하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항상 5~10분간격으로 지나다녀서 의아해 하고 있을때쯤에 저 멀리 열차가 오고있는 것이 보여 너무 기쁜마음에 사진을 한장 찍었다. 저멀리 보이는 두개의 첨탑(?)은 우리학교 건물.
당연하지만 공연중에 사진찍는 행위는 비매너짓. 그래도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진상짓을 하고 왔다. 플래쉬 끄고, LCD는 검정색 종이로 막는 둥의 사전 준비된 카메라였지만, 나쁜짓은 나쁜짓이였다. 여기서 잠시 반성; 잘못했습니다 (...)
역시 플래쉬도 켜지 않고 lcd도 보지 않는 상태로 사진을 찍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공연중에는 딱 두번 찍었는데, 다행이도 봐줄만 하게 나왔다. 아래의 사진은 공연시작전의 무대상단부장식+천장 사진이다. 양쪽 벽에 있는 조각상들의 사진도 두장 찍었는데, 너무 흔들려서 봐 줄수가 없다. 한장씩만 사진을 찍으니 망칠경우 돌이킬 수 없다. 양날개의 조각상들과 심포니홀 외관은 다음 공연을 가게 되면 찍어와야겠다.
무대 프레임은 금색으로 번쩍번쩍하게 빛나고 있었다. 역시 진짜 금으로 만들었을것 같다. 아니면 적어도 순금 도금이라도 되겠지.
공연내내 저번과는 달리 머리가 텅- 비어있었다. 그냥 음악자체가 매혹되어서 뭐 다른 생각을 할 일이 없었다. 연주도 너무 내 취향이였고 (연륜에서 배어나오는 섬세하고도 웅장한 음악해석 같은.) 프로그램도 완전 내 취향이여서, 너무나 행복하게 다녀온 공연이였다. Debussy의 Nocturnes for orchestra, 그리고 Ibert의 Flute Concerto 그리고 Brahms 의 Symphony No.1이 오늘의 프로그램이였는데, 브람스의 심포니가 파이널 프로그램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즐거웠을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두 음악가의 생일 축하공연이기도 했다. 지휘자는 06년도부터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Bernard Haitink (BSO 명예지휘자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협연 플루티스트는 아이리쉬 플루티스트 James Galway 경. 공연의 메인인 이 두 인물의 80번째, 70번째 생일 축하겸의 공연이라고해서 공연전부터 '아, 이번공연은 내가 좋아하겠구나.' 싶었다. (각 80, 70년동안 살아오신분들이 연주하시는 건데 내 취향이 아닐수가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였다.)
연주도중엔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다.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분께서 연주가 한분한분 지목하실때 몰래 한장 찍었다.
드뷔시의 녹턴은 정말 몽환적이였다.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면서도 위험이 내재되어있는 느낌이였다. 굳이 의인화하자면 지적이면서도 섹시해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인데, 눈빛이 불안한 그래서 사고칠것같아 두려운 그런 여인. 마치 한번도 본적이 없는 식물들로 가득찬 숲속을, 그것도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문득 마주치게되는 고양이의 눈빛과도 같은 안개에 휩싸여 나도 모르게 헤메이는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위험해 보이는 보랗짗 연기와도 같은 마법이 나를 매혹시키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가끔 공연장에서 받는 감명이 남다를때가 있다. 이번 드뷔시의 녹턴도 음반을 찾아서 다시 들어보니, 공연장에서의 느낌이 재현되지가 않는다. 물론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다르겠지만, 그래도 작곡가의 얼이 담인 음악인데, 가끔은 이렇게까지 연주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수가 있을까? 싶다. 공연장에서의 녹턴에서는 몽환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잠자고있는 위험함이 느껴졌는데,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알수없는 음반에서 (찾으면 케이스가 어디선가 나올ㄲ......) 는 마냥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달콤함만이 느껴졌다. 이럴땐 정말 신기하다.
그 다음은 Ibert의 Flute Concerto. (임시저장을 해 놓고 거의 한달만에 여기서부터 포스팅을 이어가자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_-;;;)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악기는 클라리넷. 내가 클라리넷을 연주해서도 그렇지만, 클라리넷만큼 전 음역대의 소리가 아름다운 관악기도 없는것 같다. 오늘의 주인공(?)인 플루트는 역시 고음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맥락으로 난 플루트보다 피콜로가 더 좋다.) 오늘 콘서트에서 최초로 플루트의 저음역대가 고음역대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 플루트는 저음역대에서 그 특유의 텍스쳐가 도드라져서 아름답지 않다고 느꼈었는데, James Galway 경의 연주는 저음역대가 더 아름다웠다. 젋은 연주자들의 패기와도 같은 파워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관록에서 묻어나오는 (이런 표현이 맞는건가?) 유들유들한 비브라토가 플룻의 저음역과 버무려져서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니,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이게 맞는 것 같다. 플루트 특유의 텍스쳐마저도 아름답게 느끼기는 처음이였다. 역시 대가는 그 이름에 걸맞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거겠지. 저번주와는 다르게 이건뭐...... 질투는 커녕 존경이 우러러 나왔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브람스의 심포니 1. 일단 기억에 의존해서 내가 아는 곡에 대한 정보를 살짝 풀어 놓자면, 브람스는 이 첫번째 심포니를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훨씬 늙어서 작곡했다고 한다. 모짜르트는 몇살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나이가 한자릿수 일 때 첫번째 심포니를 작곡했고, (아, 브로셔를 확인해보니 8~9세 였을 때 란다.) 보통 다른작곡가들도 (슈만은 20대 초반이였다.) 적어도 20대에 보통 첫번째 심포니를 작곡하는것 같다. (고등학교때 배운 것들을 보면 거의 다 작곡가가 20대에 작곡했다고들 하니..) 그런데 브람스는 마흔이 넘어서 이 첫번째 심포니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것도 편집자가 잉잉대서_-;;;;;
재밌있는 이야기.
작곡가에게 편집자(!)이 따로 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보통 글쟁이들 처럼 마감일이 따로 있었던것일까... 편집장이 징징대는게 상상이 된다는 것이 참 슬프다. 뭐.. 편집자가 아니라 출판자였을까나...
때는 1973년 2월 22일, Simrock 편집자가 브람스에게 쓴 편지 한 구절에
"Aren't you doing anything any more? Am I not to have a symphony from you in '73 either?"
"도데체 무언가를 더 하시긴 할겁니까?
올해에도 역시 브람스씨에게서 심포니를 건네 받는것은 저 혼자만의 꿈입니까?" 라고 했다고 하고,
브람스의 첫번째 심포니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을 했을때 한 평론가 Eduard Hanslick 은 그의 리뷰에서
"seldom, if ever, has the entire musical world awaired a composer's first symphony with such tense anticipation."
"아주 가끔, 아니 역대 한번이라도 이 전세계의 음악인들이 한 작곡가의 첫번째 심포니 곡을 이만치나 쌓인 기대를 가지고 기다려본적이 있었던가." 라고 했다니, 브람스가 첫번째 심포니를 완성한 나이때가 정말 늦긴 늦었나 보다 싶다.
출처: Boston Symphony Orchestra 2009-2010 시즌 일곱번째주 브로셔.
사실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그 음악을 알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들어보는 음악은 제대로 감상하기에 너무 벅차다. 그때그때 음악을 들으며 생각???해야할것이나 느껴야할게 너무 많다. 그에 비해 이미 거의 악보를 외우다시피_-;;;하는 곡이나 너무 많이 들어서 곡의 전개를 외우다시피하는 음악을 감상할때는 뭔가 어드밴스드한 감상이 가능한것 같다. 암튼 브람스를 좋아한다는 말이 부끄럽게도 그의 Symphony No.1 은 처음 들어보는거라 제대로 기억도 잘 안나고 (...) 한달이 지난 오늘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은 순간순간 들리는 오보에의 소리가 너무 좋았다는것 뿐이다. 개인적으로 오보에의 오리꽥꽥거리는 음색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오리꽥꽥음색_-;;; 은 연주자의 실력에 반비례해서 나타나는데 이번만큼 오리꽥꽥이가 거의 사라진 오보에 음색을 들어보긴 처음이였다. 순간 클라리넷하고 착각할정도였으니-_-!! 전날 밤을 새고 (ㅠㅠ) 공연을 다녀온터라 브람스 심포니쯔음에는 이미 혼이 반쯤 나가있어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집에 제대로 돌아온 내 자신이 용하다. 그래, 다음 공연은 멀쩡한 정신으로 다녀오리라.
(이 포스팅을 완결하는 오늘 이 시점에 하는 말이지만, 땡스기빙때문에 4일간 룸메네 집으로 피신에 있는동안 컬리지카드 공연이 제공되어 다녀오질 못했다. 내일 팝오케스트라 공연이 추가되었다고 하는데...... 내일모레가 기말고사다. 22일 출국이라 내일 공연이 올해 마지막으로 심포니홀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일듯 한데...... 아악 어찌해야할것인가.)
솔직히 내 취향은 너무나 협주곡 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사실 협주곡만 듣는 걸수도... 풀 오케스트라는 아직 잘 모르겠다. 저번주 스트라빈스키처럼 아직 풀 오케스트라곡들은 너무 나한테 버거운걸수도 있고. 사실 계속 공부하고 대학원까지 가고 싶은 이유가 이게 재밌기도 하지만 공부가 가장쉬웠어요 이기도 하니까 학교만큼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적은곳도 없는것 같고. 확실히 사회생활을 해 보면 이것저것 하도 많다보니 버거운경우가 한둘도 아니고. 아직내가 어리기때문에 핸들 가능한 용량은 1.99 MB밖에 안되는지라 좀 더 자라나서 업그레이드가 되어야지나 스트라빈스키를 위시한 무서운 작곡가님들의 음악과 그 외 내가 은근 기피하는 풀 오케스트라 음악들도 즐겁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거 왠지 앞으로 모든 리뷰의 결론이 같을것 같은 기분이 (....) 드는건 내 착각이겠지. 앞으로 뭐던 힘든일이 있으면 "역시 난 아직 어리니까" 드립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_-;;;; 뭐 쓸 수 있을때나 남발이던 오용이던 해야지. 나중엔 회피할 구멍도 없어질테니 말이다.
p.s. 깜박 잊은 이야기 추가.
Galway경의 연주가 끝나고 기립박수를 쳤다. 완전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3번, 아니 4번째까지도 계속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이쯤되자 Galway경이 무대로 플룻을 들고 다시 나오셨다.(!?!) 연주를 듣기전에 왠지 푸근한 옆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에 호감을 가졌었는데, 다시 앵콜받고 다시 나오셔서 (앵콜을 유성으로 외친건 아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동반한 무언의 앵콜이였지! ㅋㅋ) 찡긋 윙크를 하시면서 박수를 잠재우시는데. 이건 뭐 친근한_대가의_포스.avi 그리고서 사람들이 다시 착석하자 협주곡 중간의 카덴차 부분을 다시 연주해 주시는데 (100프로 확신은 못하지만 카덴차 부분이였던 것 같다_-;;;;) 이건 뭔가 장난끼가 들어간 카덴차! 얼굴에 자연스레 머금어 지는 미소. 우아아ㅏㅏㅏㅏ. 공연이 완전히 끝나고 다른 좌석에 앉아있던 친구를 만나서 Galway경 찬양을 했다. 친구는 앞에서 3번째줄에 앉아서 가깝게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는 중간쯤이 좋은것 같다. 뭐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좌석은 다 비싼_-;;;) 완전 플루트 소리에 "취해" 있었다고...... 공연후 돌아오는 길 내내 Galway경 이야기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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